살다 보면 문득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
왠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하고 싶은 그런 것들...
요새는 가구제작, 그중에서 나무를 주재료로 이용해서 만드는 것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토목에 관한 지식도 없을뿐더러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21세기는 구글링의 시대, 구글 검색을 해보니 원목가구제작 관련 직업전문학교 또는 공방들이 눈에 보인다.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아직 모르는데 처음 발을 들이기에 전문학교는 무리인 것 같아 공방들을 알아봤다.
행여, 공방에서 톱밥 쓸고 청소하는 일이라도 하며 배울 수 있을까 해서 공방 알바를 찾아봤는데 없는 듯했다.
그냥 자기들이 다 해 먹으려나 보다.
사실 돈 내고 배우는 것도 힘든데 돈 받으며 배우는 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보니 차라리 잘 된 것 같기도 하다.
막상 돈 내고 배워보려니 신중해진다. 집과의 거리, 공방장의 숙련도, 평판 등 그중에서 제일은 공방장이다.
성격이 불같아서도 급해서도 안되며 자기중심적이면 더더욱 싫다. 내 돈 내고 배울 것이니 내 입맛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는 가까이서 오래 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공방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나 회원들과의 교류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혹은 영상물을 찾아보며 사실 그럴 시간도 없을뿐더러 귀찮다. 구글링 해서 상위 노출되는 몇 개의 공방들 중 그나마 가까워 보이는 공방들을 몇 군데를 찾아가 직접 보는 방법을 택했다.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귀찮지 않냐는 질문을 할 수 있지만 왜인지 나는 직접 내 발로 걸어 확인하는 것이 속 편하고 덜 귀찮다. 그렇게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나무와 늘보'라는 공방이다. 방문하기 전에 관련 영상, 사이트, 공방 회원들 과의 교류 등등 앉아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다 훑어보고 연락을 드렸다.
그 어느 글에서도 구인 모집을 하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영상 속 공방장님의 모습이 그냥 좋았다.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연락을 드렸다. 기본적인 신상과 왜 목공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해... 제멋대로 보낸 텍스트긴 하지만 영상을 본 그 찰나의 순간에 느낀 진솔한 감정을 고백했기에 어떤 답이 올까 내심 기대를 했다. 정말 제멋대로다. 답장은 당연히 완곡한 거절 혹은 진심의 대답이었다. 공방장님 본인은 당혹스러우셨는지(당연한 얘기다) 사람을 두고 쓸만한 인물이 못되며 단지 공방을 운영하며 조금의 조언 정도를 할 순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공방 연회비 할인 얘기까지 덧 붙여서 말이다. 내 나이를 보고 아직 학생이신 걸 아셨나 보다. 솔직히 실망적이면서 기쁘기도 했다. 하긴 그 문자가 내 진심을 전달하기엔 너무나 간결하기도 했고 진심을 느끼셨더라도 그 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그 답장에 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품고 '빠른 시일 내에 방문을 하겠다'라는 연락을 드렸다.